에히메마루 참사와 김병관의 앞날
2001년 2월 9일 6,500톤급 공격용 잠수함인 그랜빌 호가 하와이 호눌룰루 해상에서 긴급 부상 훈련을 하다가 일본 우와지마 수산 고등학교 실습선인 에히메마루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교사 5명, 학생 4명이 사망했다.
이 사고는 그랜빌호가 16명의 민간 해군후원자에게 여흥을 제공해 주려다 생긴 사고였다. 함장인 스콧 웨들은 민간인 승선이 자신의 명령에 의해 이뤄졌음을 증언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실제로 텍사스 석유회사의 중역이 잠수함 조종실에 있었다. 민간인 탑승이 병사들의 집중력을 흐려 놓았고 이로 인해 사고가 생겼음을 강력히 시사하는 대목이었다.
엄포에 움츠렸는지 당시 태평양 함대 사령관 토마스 파고는 웨들을 군법회의에 회부하지 않았다. 미 해군 당국은 민간인이 핵잠수함 조종실을 출입했고, 이로 인해 사고가 생겼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나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국방장관 후보자인 김병관이 끝내 사퇴를 거부했다. 그에 자질에 대해 새삼 시비를 걸고 싶지 않다. 하지만 만약 그가 국방장관 자리를 차지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는 무기 로비스트로 몸담은 전력이 있다. 장관직 수행하면서 군수업체의 민간인 중역에게 리베이트 제공 대가로 헬기나 탱크에 시승시켜 주다가 안전사고를 내 애꿎은 병사가 희생되는 일이 안 일어난다고 누가 보장할 것인가?
물론 섣불리 사람의 미래를 예단한다는 건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또 그가 세간의 우려를 비웃듯 뛰어난 리더십을 발휘할 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사람의 본성은 쉽사리 변하지 않는 법이다. 그의 과거 행적은 그가 국방의 총 책임자로 등극했을 때 벌어질 지도 모를 일을 아련하게나마 보여준다.
애꿎은 병사들을 희생시킬 위험을 감수하는 것 보다 비리로 얼룩진 김병관 한 사람 물러나게 하는 게 국가안보와 군의 안위를 위해 훨씬 더 가치 있는 일일 것이다.
* 김병관 국방장관 후보자(출처 : 아시아경제)
'Photo Dia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해고는 살인이다 ! (0) | 2013.04.08 |
---|---|
도널드 럼스펠드와 사담 후세인 (0) | 2013.03.16 |
"단지 지금 실패한 것이다" (0) | 2013.03.06 |
잿더미가 된 농성촌 앞에서 (0) | 2013.03.03 |
북-미 화해의 물꼬를 터줄 시원한 덩크슛을 기대한다 (0) | 2013.03.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