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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Diary

박근혜와 현대판 고문관


@ 2011.02.09. 국회  


대한민국 현대사는 유난히 갈등과 대립으로 점철돼 있다. 그런데 이런 갈등은 사실 지배권력이 부추긴 것이다. 이승만이 그랬고, 박정희가 그랬다. 북한 쪽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순진한 국민들은 여기에 놀아나 조금이라도 자신과 생각이 다르면 불구대천의 원수로 여겼다.


이런 와중에 벌어진 한국전쟁은 민족간 갈등의 골을 돌이킬 수 없는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념이 뭔지는 몰라도 공산당에 의해, 아님 국방군에 의해 가족을 잃은 경험은 남과 북 양쪽 국민들의 의식을 강하게 지배했고 남북 지배세력들은 이를 정치적으로 철저히 이용했다.


반면 미국은 남북전쟁 말고는 서로를 향해 총부리를 겨눈 경험이 없다. 그래서 과거에 지역간·계층간 갈등이 있다고 해도 화해가 쉽다. 인종간 갈등이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한국의 5.18처럼 일군의 무리가 자신들과 다른 생각을 가진 국민들을 대량학살한 경험은 없다.


나꼼수에 따르면 미국의 대선 기획팀이 박근혜를 돕고 있단다. 만약 이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노무현 묘소 참배, 전태일 기념관 방문 등등이 아마 이들의 작품일 가능성이 높다. 기획은 좋다. 하지만 이 기획팀이 놓치고 있는 한 가지가 있다. 바로 한국은 과거사에 대한 화해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희생자가 많아서 그렇다. 4.3, 5.18처럼 국내 정치적 갈등에서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경우는 극히 찾아보기 힘들다. 아일랜드판 5.18이라는 블러디 선데이의 희생자는 고작 12명에 불과하다. 


이런 이유로 박근혜가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소위 '광폭행보'를 벌여봤댔자 희생자 앞에 머리 숙일 깜냥 없으면 설혹 그가 진정성을 99.99% 갖고 있더라도 이를 인정받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문제는 그녀의 마음속엔 0.00000000000000000001%의 진정성도 없으면서 쇼만 하려는 것이다. 


군대에서 유난히 어리버리 개념 못챙기는 병사를 일컬어 고문관이라고 한다. 고문관으로 찍히면 군생활 참 피곤하기 그지없다. 그런데 고문관이 어디서 유래했는지는 의외로 잘 모르는 것 같다. 고문관은 해방 초기 한국군을 훈련시키기 위해 파견된 미군 고문관을 지칭하던 말이었다. 미군 고문관들은 한국 사정을 잘 몰라 현지 적응이 서투르기 이를 데 없었고, 그래서 군 생활에 잘 적응 못하는 병사들을 고문관으로 불렀던 것이다. 


박근혜의 선거운동을 돕고 있는 미국 대선 기획팀은 현대판 고문관일 것이다. 미국에서 물 건너 온 고문관들이 한국 물정을 잘 몰라 박근혜한테 헛발질만 시키고, 머리에 든 것 없는 박근혜는 이들의 조언에 맞춰 뻘 짓거리 한다. 개콘도 울고갈 코메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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