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빛과 소금이 되어

스페셜리포트] 전병욱을 말한다 - ②

스페셜리포트] 전병욱을 말한다 - ②





사임 이후에도 관심 끊이지 않아 


삼일교회 측의 사임 처리 이후 그의 거취는 줄곧 교계의 관심사로 자리 잡았다. 그의 행방을 놓고 온갖 루머들이 난무했다. 자녀들과 함께 외국에 거주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돌았고, 수도권 인근에서 내연녀와 동거하고 있다는 설도 심심찮게 제기됐다. 사실 그의 행방은 여론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사임 이후에도 그의 영향력은 여전했기 때문이었다. 17년 동안 삼일교회 담임목사로 시무하면서 목회자의 기본 소명인 설교는 물론 저술, 부흥집회 인도, 선교활동 등 워낙 다양한 분야에서 주도적으로 활동해왔던 데 힘입은 결과였다. 


게다가 그는 삼일교회 성도들은 물론 타교회 성도들에게도 인기가 높았다. 심지어 자신이 출석하는 교회 예배를 마치고 그의 설교를 듣기 위해 삼일교회로 오는 성도들이 상당수였을 정도였다. 이런 탓에 성추행 의혹과 뒤이은 사임조치가 있었음에도 그의 강단 복귀를 염원하는 목소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힘을 얻어갔다. 


이 와중에 의외의 변수가 불거졌다. 전 목사가 삼일교회를 떠나면서 이른바 '전별금'으로 불리는 거액의 퇴직금을 받았다는 의혹이었다. 이 같은 의혹의 진원지는 기독교계 언론매체인 베리타스였다. 이 매체는 "전병욱 목사가 전별금으로 수령한 돈이 총 13억 6,000만원에 이를 것"이라고 제보자의 제보내용을 인용해 보도했다. 


전별금이 오간 정황은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이 매체는 "삼일교회측은 전병욱 목사로부터 성추행 당한 피해 여성을 만나기 전까지는 전 목사의 사임을 수리하지 않고, 교회에 복귀시키려고 했다"고 보도했다. 12월 무렵 교회 안팎에서 제기된 복귀설이 사실에 근거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었다. 이 매체는 이어 "(사임처리) 과정에서 전 목사가 교회에 섭섭함을 느끼고, 자신의 업적에 대한 대가를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즉, 전 목사가 먼저 전별금을 요구했다는 이야기였다. 


전 목사의 13억 전별금 수수설은 미묘한 파장을 일으켰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는 다윗과 같은 위인으로 거론되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거액의 보상금을 요구했다는 대목은 그의 회개의 진정성에 의문부호를 던졌다. 또 예기치 않게 그동안 끊이지 않았던 성추행 수위에 대한 의혹마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삼일교회와의 결별, 교회 측 반격 


2012년 2월24일 일군의 삼일교회 성도들은 교회 홈페이지 게시판에 '전임 목사 사임건에 대한 진실과 회개를 요청합니다'는 제목의 공동 요청문을 올렸다. 이들은 "전임 목사 사임 건이 아직 말끔하게 정리 되지 않아 여러 가지 의혹들과 소문들이 돌고 있으며 대부분의 교인들이 사실관계를 알지 못하고 있다"면서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전임 목사의 사임 사유와 과정을 구체적으로 밝혀 주시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전 목사에 전달된 13억의 전별금에 대한 근거도 제시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 시점은 무척 미묘했다. 전 목사는 2010년 8월 강단을 떠났고 이후 3년 가까운 시간 동안 담임목사직은 공석으로 남아 있었다. 교회 측은 신임 목사를 청빙하고자 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이 와중에 전 목사의 복귀를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감지됐다. 한편 전 목사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선 여전히 루머만 무성할 뿐 사실관계가 확실하게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었다. 특히 이 시기엔 그가 새로이 교회를 개척하려 한다는 설이 힘을 얻어가고 있었다. 일군의 성도들이 공동요청문을 올린 배경엔 성추행 의혹에 대한 명쾌한 사실 관계가 규명되지 않으면 청빙은 물론, 성추행 혐의를 벗지 못한 전임목사의 복귀나 개척을 막을 수 없다는 절박감이 자리했다. 


교회 측은 전 목사의 복귀를 추진하는 움직임에 대해선 단호하게 대응했다. 교회는 3월28일 부교역자인 황 모 목사를 사임 조치했다. 그가 전임 목사와 접촉을 갖고 있으며, 그 내용이 황 목사 본인은 물론 교회에 위협이 될 만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는 전 목사가 삼일교회에 부임하기 전 시무하던 교회에서부터 그를 보좌한 최측근이었다. 그가 삼일교회의 현재 시스템을 구축한 주역이라는 설도 지배적이다. 요청문 발의에 참여한 한 성도는 그가 전 목사 사임 이후 공백 기간 동안 복귀론자들의 창구역할을 해왔다고 증언했다. 따라서 그의 사임은 전 목사의 복귀 움직임에 쐐기를 박는 조치였다. 


교회 측은 한 발 더 나갔다. 지난 4월9일 비공개로 제직회를 열었다. 이 자리를 통해 전 목사의 성추행 의혹에 대한 구체적인 사실과 13억 전별금 수수에 대한 입장이 발표됐다. 제직회가 발표한 추행 내용은 항간에 떠돌던 '안마추행'을 훨씬 능가하는 사뭇 충격적인 것이었다. 


제직회 발표에 따르면 전 목사는 2009년 11월 "당회장실에서 피해자를 호출하여 옷을 벗은 후 구강성교를 했다"는 것이다. 이어 "장기간에 걸쳐서 다수의 자매가 성피해를 당했다는 제보가 접수되었지만, 이것을 다 확인할 수는 없었다"고 발표했다. 전 목사의 성추행이 상습적이었다는 의혹은 일부 네티즌에 의해 끈질기게 제기되고 있었다. 제직회의 발표는 이 같은 의혹이 사실임을 확인시켜줬다. 


이어 13억 전별금 수수설도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다. 제직회에서 발표를 맡은 이 모 장로는 전 목사에게 주택 구입비 10억 원, 17년간 봉직한데 따른 퇴직금 1억 1,000만원, 향후 목회활동 중단에 따른 생활비 1억 3,000만원, 성중독 치료비 명목으로 1억 원 등 총 13억 4,500만원을 책정해 반환전세보증금을 상계한 10억 6,500만원을 상여금으로 지급했다고 밝혔다. 


사실 제직회의 발표는 전적으로 새로운 내용이 아니었다. 특히 전 목사의 성추행 수위는 이미 2011년 5월 일요신문이 구체적으로 보도한 바 있었다. 전 목사의 성추행이 일회성이 아닌, 상습적인 행각이었다는 의혹 역시 일부 네티즌에 의해 꾸준히 제기됐었다. 이와 관련, 그의 성추행 의혹을 최초 보도한 뉴스앤조이는 그의 상태가 치료를 요하는 수준이라고 보도하기까지 했다. 전별금 지급 의혹의 경우는 교회 내부자가 언론사에 제보해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교회 측은 이런 일련의 의혹에 대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왔다. 사건이 불거진 초기부터 전 목사의 성추행 의혹에 대한 교회의 입장은 공식 간행물이나 예배 어디에서도 공개적으로 언급되지 않았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제직회의 발표는 기존의 입장을 뒤집는 것이다. 교회가 왜 갑자기 입장을 바꿔 그의 성추행 의혹 및 전별금 수수 의혹에 대해 자세히 언급했을까? 


답은 쉽게 찾을 수 있다. 전 목사가 교회개척을 본격화했기 때문이다. 그는 홍익대 정문 인근에 교회를 개척하겠다고 선언했다. 개척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5월21일 홈페이지와 공식 트위터가 개설됐다. 또 개척 준비그룹들은 5월20일부터 6월10일까지 구로에서 창립준비예배를 드렸다. 


이에 대한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교회 밖 여론은 비판의 목소리가 비등하다. 성추행을 저지른 데다 10억에 달하는 거액의 상여금까지 받은 목사가 그 어떤 유감 표명 없이 새 교회를 개척한다는 건 도의상 안 맞는다는 것이다. 


사실 전 목사가 도의를 거스르고 있다는 주장은 상당한 근거를 갖고 있다. 삼일교회 측은 전 목사에게 상여금을 전해주면서 2년간 목회를 중단해줄 것, 이후엔 수도권에서 목회를 하지 말아줄 것을 요구했다. 이를 놓고 교회 측과 전 목사측의 입장은 팽팽히 맞서 있는 상태다. 


삼일교회 측은 전 목사가 약속을 저버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교회의 나 모 장로는 뉴스앤조이와의 전화통화를 통해 "전 목사가 '하나님 앞에서 내가 교회를 어렵게 해서 되겠냐'며 2년간 개척을 금하며 수도권에서 목회하지 않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반면 전 목사측은 목회금지 요청에 대해 합의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분쟁은 명문화된 합의 없이 '구두'로 이뤄진 것이 화근이 됐다. 삼일교회 측은 불편한 심기가 역력하다. 최고결정권자인 이 모 장로는 지난 해 필자와의 대화에서 "합의가 명문화되지 않았다손 치더라도 '돈'이 오가지 않았냐"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양측의 진실공방과는 별개로 전 목사의 개척이 기정사실화 될 경우 삼일교회는 10억대의 손실을 입을 것은 불가피하다. 


반면 그의 개척을 환영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성추행의 수위야 어찌됐든 그는 사과와 회개 입장을 밝히지 않았느냐는 것이 찬성 측의 논거다. 


3부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