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전병욱을 말한다 - ③
회개의 진정성이 열쇠
무엇보다 새교회 개척의 타당성을 따져보려면 그의 회개의 진정성을 되짚어 보아야 한다. 회개의 진정성이 검증되면 그의 교회 개척에 대한 논란은 자연스럽게 정리될 것이기 때문이다.
회개는 각 개인의 신앙과 관련돼 있어 진정성을 따져 보기가 미묘하다. 하지만 회개는 열매로 나타나기 마련이다. 그가 11월 사과문을 발표했던 전후맥락을 복기해 보면 목회자로서 진정으로 하느님 앞에 회개했는지의 의문은 쉽게 풀린다.
최근 삼일교회 측 정 모 변호사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전 목사의 성추행 의혹이 불거져 나왔던 시점부터 교회 측 창구로 활동해온 인물이다. 그는 "방송국 피디로부터 녹음씨디가 전달되어 와서 그 내용을 비교해 보고 비로소 비교적 정확한 사실관계를 정리할 수 있었다"고 적었다.
이 대목은 약간의 설명이 필요하다. MBC 탐사 보도프로그램인 PD수첩은 2010년 7월 피해자로부터 제보를 받고 그에 대해 취재를 의뢰했다. 이에 그는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어 제보 여부를 묻는 한편, 사건에 대해 침묵해줄 것을 강하게 회유했다. 두 사람의 대화는 PD수첩 취재진에 의해 고스란히 녹음돼 기록으로 남았다. 정 변호사에게 전달됐다는 녹음CD는 이 녹취록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CD가 전해진 시점은 11월 이전이었다. 피해자 측의 법률 대리를 맡았던 박 모 변호사의 진술 역시 정 변호사와 일치했다.
녹취록에 기록된 전 목사의 음성은 절박했다. 이 사건이 외부로 알려지는데 대해 극도로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한편 자신의 의혹에 대해서는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었다. 심지어 피해자에게 조차 "난 (성추행) 한 적은 없는데 생각해보니 (제보자가) 너야"라는 말까지 했다.
녹취록에는 또 성추행 내용에 대한 피해자의 진술이 담겨져 있었다. 앞서 언급한 제직회 발표 내용 그대로였다. 전 목사의 성추행이 처음 보도된 시점은 9월 중순이었다. 10월로 접어들면서 성추행 수위를 자세히 서술한 후속 기사가 보도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제기되기 시작했다.
시민단체인 교회개혁시민연대의 움직임은 이 같은 흐름을 가속화시켰다. 이 단체는 2010년 10월18일 삼일교회 측에 "삼일교회 전병욱 목사 성추행 의혹에 대한 질의"라는 제목의 비공개 질의서를 전달했다. 이 질의서는 전 목사의 성추행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 및 사후처리와 관련해 총 14개 항목을 질의하고 있었다. 질의서에 대한 답변 시한은 10월25일로 명시돼 있었다. 이런 움직임에 비추어 볼 때 교회 측의 대응여하에 따라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보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만약 이런 일이 현실화되면 전 목사는 물론 삼일교회도 타격이 불가피했다.
하지만 의혹의 당사자인 전 목사는 성추행 의혹에 대해 줄곧 완강한 어조로 부인했다. 교회 측 행정담당인 강 모 목사는 2011년 6월1일 법정 분쟁 중이던 성도와의 대화에서 "(전 목사가) 사실 확인된 바 없다고 해명했다. 교회가 (성추행 의혹에 대해)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한 이유는 전 목사가 자신의 일을 완고하게 부인했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전 목사는 끝까지 진실을 밝히지 않았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전 목사의 사임은 그의 과실을 묻기보다 그가 부적절한 행동을 한데 따른 처리였다"고 털어놨다.
교회 측 법률 대리인인 정 변호사의 언급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가 페이스북에 남긴 글에 따르면 "처음에 그분(전 목사)은 그런 일을 한 적이 없고 누가 방송사에 제보 했는지 짐작도 가지 않는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날이 갈수록 양파껍질 벗겨지듯이 속살이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상당기간 동안 나는 그분의 말을 믿어야만 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정황에 비추어 볼 때 전 목사는 교회의 중직자는 물론 교회측 법률 대리인에게조차 솔직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전 목사가 11월 발표한 사과문은 이 같은 정황에서 나온 산물이다. 그가 발표한 사과문엔 "지금으로서는 (생략) 교회로 돌아갈 수 없음을 알려 드린다"는 대목이 포함돼 있었다. 해석하기에 따라선 그의 복귀여지를 남겨놓은 것으로 비쳐질 수도 있는 대목이었다. 앞서 언급했듯 실제 12월 복귀 움직임이 일기도 했었다.
* 지난 해 9월 측근들과 담소를 나누며 무언가를 논의하던 전병욱 목사(가운데 등 돌린이)
삼일교회 사임 이후 그의 행방은 묘연했다. 이 와중에 그가 개척을 준비하고 있다는 정황이 속속 제기됐다. 실제 지난 해 9월 그가 공덕동 인근의 커피숍에서 삼일교회의 젊은 부교역자와 함께 무언가를 진지하게 논의하고 있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었다. 모든 흐름을 종합해볼 때 전 목사는 회개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무엇보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가 짙다. 언론에 보도된 성추문의 발생시점은 2009년 11월이었다. 추문 이후에도 그는 특유의 강한 어조로 하느님 나라를 역설했다. 참으로 자신만만한 모습이었다. 성추문을 저지르고서도 당당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다윗은 자신의 부하의 아내를 범했다. 하지만 진심어린 회개로 하느님의 용서를 받았다. 이에 힘입어 다윗은 예수의 조상이 된 것은 물론 아직까지도 이스라엘의 국가통합의 상징으로 추앙 받고 있다. 과연 전병욱 목사가 다윗과 같이 진심으로 회개했고 그래서 하느님으로부터 용서를 받았을까? 그래서 한국 교회에서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목회자로 거듭날 수 있을까? 세상의 지혜로 따져볼 때 답은 부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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