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2.01.31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
목회자 비리에 대한 미온적 대처, 성공학 교의의 귀결
비리와는 담 쌓았던 예수의 제자에게서 배워라
최근 몇 년 사이 기독교 신자가 아니어도 이름만 대면 알만한 큰 교회의 목회자들이 잇달아 비리를 저질러 교계는 물론 사회를 큰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이 가운데 가장 큰 파장을 일으켰던 사건을 꼽는다면 단연 삼일교회 전 담임목사였던 전병욱의 성범죄였습니다.
대형교회 '큰 목사님'들이 저지른 일련의 비리의 전개과정을 살펴보면 참 재밌는 공통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먼저 언론이 터뜨립니다. 세상에서는 일제히 교회와 목회자를 성토합니다. 이에 대해 교회와 목회자는 침묵을 지킵니다. 다음은 성도들이 들고 일어 납니다. '너희 중에 죄없는 자 돌로치라'는 말씀을 전가의 보도처럼 빼들면서 말입니다.
이에 언론은 후속보도를 통해 최초 보도한 비리혐의를 더욱 구체적으로 폭로해 막다른 국면으로 몰아갑니다. 사태가 이쯤되면 용서의 복음이 울려퍼집니다. '우리 목사님은 잠시 실족하셨지만, 지옥불에 떨어질 수 밖에 없었던 수만, 수십만의 영혼들을 하느님께 인도했다'는 교의가 전면에 등장합니다. 목회자의 비리에 여전히 분을 삭이지 못하는 사람들에겐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그러는 너는 얼마나 깨끗하게 살았니?'
목회자들은 참 크고 작은 비리를 두루두루 잘도 저질렀습니다. 전병욱과 함께 한국교회를 이끌어 갈 차세대 주자로 각광 받았던 강북제일교회의 황형택은 공금횡령, 학력위조를 비롯해 무려 52가지나 되는 혐의를 받았습니다. 교회마다, 그리고 목회자 마다 내부사정과 개인 성향이 다 다른 탓에 비리의 본질도 천차만별이었습니다. 하지만 사건 전개는 거의 예외 없이 앞서 언급했던 양상으로 흘러갔습니다.
왜 그럴까요? 답은 한국교회의 그릇된 신학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한국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 대신 물신주의, 성공주의의 교의를 설파해왔습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이 나라 목회자들의 상당수는 예수 믿으면 남편 사업 잘 되고, 아들 공부 잘해 좋은 대학 나와 좋은 직장에 취직해 잘 산다고 설교 합니다. 예수만 잘 믿으면 인생역전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이 같은 성공지상주의는 세상의 논리와 다를 바 없습니다. 한국사회는 성공 지상주의가 팽배한 사회입니다. 성공을 숭배하다 보니 사회적 약자에 대한 대우는 소홀할 수 밖엔 없습니다. 당연한 귀결입니다. 선진국 클럽인 G20 회원국 가운데 한국 만치 사회적 약자에 대한 안전망이 취약한 나라를 찾아보기 힘듭니다. 국헌을 문란시키는 쿠테타도 성공만하면 처벌 받지 않는 나라가 이 나라입니다.
이 나라의 목회자들은 교회 안에 세상 논리가 침투해 들어온다고 개탄합니다. 하지만 자신들이 세상 가치에 물들어 있는 줄은 전혀 깨닫지 못합니다. 교회 건물 크게 지어 수만, 수십만 성도를 동원하는 게 하느님의 뜻인 줄로 압니다. 그래서 자연히 성공주의 교의를 성도들에게 설파합니다. 순종이 미덕인줄만 아는 가엾은 성도들은 기독교의 외피를 입은 성공학이 참 신앙인줄 착각합니다. 조용기, 김홍도, 전병욱 같이 보잘 것 없는 교회를 크게 부흥시킨 목회자들은 이 같은 분위기에 편승해 롤 모델로 자리매김해왔습니다. 이런 지경이니 설령 목회자들이 범죄를 저지른다한들, 어느 누가 이들을 향해 돌을 던지겠나요?
비리와는 거리가 멀었던 제자들의 삶
이 대목에서 예수를 따랏던 제자들의 삶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비리 목회자에 대해 한국교회가 보이는 반응, 즉 수많은 영혼을 하느님께 인도했으니 용서해야 한다는 식의 교의 대로라면 예수의 제자들은 훨씬 더 심각한 범죄를 저질러도 되는 위치였습니다. 예수의 부활승천 이후 제자들은 목숨을 걸고 복음을 전했고, 이들을 따르는 제자들은 하루가 다르게 늘어 큰 성공을 일궈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예수의 사도들은 비리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이들은 최소한의 소유도 남기지 않았고, 오히려 예수의 복음을 전했다는 이유만으로 비참한 죽음을 당해야 했습니다. 베드로는 십자가에 거꾸로 메달려 죽어야 했고 바울은 옥살이 후 순교 당했습니다. 이에 비해 한국의 목회자들은 어떤가요? 법망을 요리조리 피해가며 호의호식 하고 있지 않은가요?
성공만이 절대 선인 것이 지금 한국교회의 현실입니다. 이런 까닭에 목회자들은 성공만 하면 모든 걸 용서 받습니다. 여기서 성공은 큼지막한 건물에 신도 최소 1만 5천 이상 규모의 대형교회 담임을 이야기합니다.
매주 교회에 갈 때 마다 자랑삼아 고급 승용차를 몰고 예배 드리러 오는 분들을 자주 목격합니다. 이 가운데에는 고급 공무원이나 사회 지도층에 속하는 인사도 종종 눈에 띱니다. 교회는 이런 분들을 자랑스러워합니다. 하지만 힘 있고 부유한 사람들이 뭐가 아쉬워서 예배의 자리에 나오는지는 의문입니다. 물론 그들 나름대로 하느님과 만나야 할 이유가 있겠지만 말입니다. 반면 정말 예수님 앞에 나아와 하소연이라도 하지 않으면 화병 걸려 죽을지도 모를 이들에게 교회의 문턱은 높기만 합니다.
과연 하느님께서는 이런 광경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계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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