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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Diary

강정 해군기지 갈등, 첫 단추를 잘못 꿴데 따른 귀결



강정 해군기지 갈등, 첫 단추를 잘못 꿴데 따른 귀결

사회적 합의 도출 노력 생략한 밀어붙이기식 국책사업의 폐해


제주 강정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싼 갈등이 좀처럼 진정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기지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 및 활동가들과 공권력 간의 갈등의 골이 점점 깊어지는 모양새다. 공권력의 존재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함이다. 하지만 강정에서 벌어지는 기지건설 반대 시위대와 공권력간의 대치는 서로를 불구대천의 적으로 간주하는 양상이다.


사태가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된 데에는 사실 정부와 해군, 경찰의 책임이 크다. 정부와 해군은 밀어붙이기식으로 기지건설 사업을 강행하고, 경찰은 사업에 반대하는 주민들을 연행하기에 급급하다. 기지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치고 연행 안당해본 이들이 거의 없을 정도다. 더욱이 해군과 경찰은 기지건설에 반대하는 주민과 활동가들에게 종북이니 좌파니 하는 이념공세를 서슴없이 벌인다. 이들의 행태를 보고 있노라면 공권력의 존재 이유에 회의감마저 든다.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싼 논란은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다시 이야기하면 강정에서 벌어지는 갈등 양상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말이다. 왜 공권력과 시민들이 대치하는 양상이 벌어져야 할까? 그 답은 해군기지 건설 사업의 단초에서 찾을 수 있다.



*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경찰과 시위대의 갈등은 갈수록 골이 깊어지는 양상이다. 


해군기지 건설사업은 총 공사비가 1조 원에 달하는 대규모 국책사업이다. 강정이 기지건설 예정지가 될 것이라는 소식은 2007년 4월21일 마을 운영위원회에서 처음 공식적으로 거론됐고, 5월14일 기지 예정지로 최종 확정됐다.


이 과정에서 해군기지에 대한 주민들의 찬반의견이 제대로 수렴됐는지는 의문이다. 국책사업 예정지 선정엔 보통 4~5개월가량의 시간이 소요된다. 우선 사업에 따른 득실을 따져야 하고, 이를 근거로 사업 필요성을 예정지 주민들에게 알리고 설득해야 한다. 또 혹시 제기될지도 모를 반대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사업계획에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정이 해군기지 건설사업 예정지로 선정된 기간은 불과 1달이 채 안 된다. 현지에서 만난 주민들의 이야기, 그리고 대안언론 '뉴스타파' 등의 보도에 근거해 볼 때 주민들의 의견수렴은커녕, 정부가 시행하는 사업이니 따라야 한다는 생각에서 결정된 정황이 무척 강하다. 여기에 군사기지라는 사업 특성상 국가관과 대북 안보관도 결정을 앞당기는 변수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국책사업을 벌이는데 있어서 무엇보다 필요한 건 '사회적 합의'다. 박정희 집권 시절 대한민국은 고도 경제성장을 경험했다. 하지만 그의 리더십은 여전히 논란거리다. 이는 모든 국민들로부터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지 않고 최고 통치자 개인의 뜻에 따라 일방적으로 추진한데 따른 귀결이다. 


물론 그가 군사혁명을 통해 집권했기에 통치에 대한 정당성, 즉 정통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민들에게 보여줄 가시적인 결과가 필요했을 것이다. 사실, 1960년대 한국 경제는 세계 최빈국 수준이어서 강력한 리더십이 어느 정도 필요했던 상황이기도 했다. 물론 이런 상황이 박정희의 관주도형 막개발을 정당화시켜주지는 않지만 말이다. 


이제 세상은 변했다. 대한민국 경제는 세계 10위권으로 도약했다. 또 과거와 같은 고도 경제성장이 가능했던 시기는 지났다. 한편 대한민국은 정치적으로도 민주화를 일궈냈다. 하지만 강정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싼 갈등은 이 나라 민주주의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수용할 수 있는 합의 도출이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갈등은 강정이 사업 예정지로 결정되기 전에 드러나야 했었다. 주민들 사이에 다소간 의견충돌이 드러나더라도 충분한 의견수렴 과정을 거친 뒤 최종 결정이 내려졌다면 정부와 해군은 별다른 저항 없이 사업을 추진할 수 있었을 것이다. 


향후에도 대규모 국책사업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따라서 강정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려는 지혜를 축적해 나가야 한다. 이런 노력을 게을리 한다면 제2, 제3의 강정사태는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