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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Diary

엔지 젤터 "강정 해군기지는 미국을 위한 전진기지"


미 핵잠수함 통행은 핵무기 경쟁을 부추길 것

영국 출신 평화운동가 엔지 젤터(Angie Zelter, 61)는 강정 마을에선 이미 이방인이 아니다. 지난 2월24일 제주국제평화회의 기조연설자로 처음 제주도를 방문한 그녀는 이곳에 남아 강정 주민들과 함께 해군기지 건설 반대에 앞장서고 있다. 

그녀는 고국인 영국은 물론 벨기에, 캐나다, 말레이시아, 노르웨이, 폴란드, 스코틀랜드 등지에서 반핵·반전·환경운동을 벌이다 100번이 넘게 체포된 경력을 자랑한다. 실형 선고만도 16차례나 받았다.

그녀는 한국에서 새로운 기록을 추가했다. 입국한 지 이틀만인 지난 달 26일 해군기지 공사장 철조망을 망가뜨렸다는 이유로 연행된데 이어 이달 9일엔 28명의 동료 활동가들과 함께 기지건설 현장 진입을 시도하다가 또 다시 연행됐다. 이 과정에서 경찰에게 폭행당했다는 정황이 제기되기도 했다.

벽안의 평화운동가 엔지 젤터에게 왜 몸을 아끼지 않고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지 그 이유를 물어보았다. 그녀와 인터뷰를 가졌던 8일, 건설현장 저편에서는 서경석 한국시민단체협의회 공동대표 주도로 보수단체의 맞불집회가 벌어지고 있었다.

Q : 왜 제주도에 남아 기지건설 반대운동을 하고 있는가?

A : 해군기지 건설은 국제적인 이슈다. 그리고 강정 주민들은 국제사회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다. 그래서 내가 이곳에 남아 있는 것이다.

Q : 반대편에서는 보수단체가 해군기지 찬성집회를 갖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A : 찬성집회에 참가한 사람들은 소수다. 강정 마을 주민들은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한다. 세계 모든 시민들도 마찬가지다. 이 기지가 중국과 전쟁을 촉발할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미 100여개 국가에 1,000여개의 기지를 소유하고 있다. 위협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은 세계 제1의 국가가 되고 싶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게다가 미국은 오랜 동안 땅과 바다는 물론 우주공간마저 지배하겠다고 공언해왔다. 하지만 이것은 옳지 않다. 어느 누구도 세계를 지배할 수 없다.
   
Q : 한국은 분단국가다. 북한의 위협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해군기지 건설은 남한의 안보를 위해 당연한 것 아닌가?

A : 북한의 위협이 문제라면, 왜 기지를 한반도의 남단인 제주도에 건설하는가? 제주도는 북한의 위협에 대한 대응전력이 위치할 적당한 장소가 아니다.

강정 해군기지는 미국을 위한 것이다. 전쟁상황을 원치 않는다면 방어전력을 위치시키면 될 일이다. 하지만 이 기지는 공격을 위한 전진기지이다. 미국은 핵무기를 들여올 것이다. 이는 국제적인 범죄행위다.

핵보유국들은 핵확산을 막기 위해 핵무기를 폐기하겠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 반대다. 점점 더 국가들이 핵무기를 보유하려 한다.

강정 해군기지에 미국의 핵잠수함이 드나들면, 더 많은 국가들이 핵무기에 욕심을 낼 것이다. 그리고 언제고 핵무기가 사용된다면 전인류는 그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진정 평화를 원한다면 평화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Q :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는 격언이 있다. 군사력은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가?

A : 수세기동안 인류는 전쟁을 치렀다. 현재 군은 민간보다 더 많은 화석연료를 사용한다. 지금은 기후변화가 심각하다. 지구는 죽어가고 있다. 어획량은 줄어들고 삼림은 황폐화되고 있다. 게다가 대기는 오염돼가고, 물은 점점 말라붙어 간다. 이런 상황에서 군사력에 의지해서 살아갈 수 있겠는가? 돈을 먹고 마실 수 있겠는가?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찾아야 한다. 불안한 지구에서 살아가는 세계시민으로서 말이다. 우리는 전쟁의 문화를 멈춰야 한다. 나의 조국인 영국과 미국, 구소련, 프랑스는 전쟁을 부추겼고, 무기를 팔아 많은 돈을 벌어들였다. 이제 모든 국가들이 평화체제 구축에 앞장서야 한다. 국제법으로서 말이다.

Q : 구럼비 바위에 가보았는가?

A : 두 번이나 가봤다. 무척 슬펐다. 구럼비에서 흘러나오는 용천수는 제주도민들의 식수원이다. 자연경관도 무척 아름답다. 하지만 파괴되고 있다. 인간은 구럼비를 파괴할 권리가 없다. 그 결과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일이 계속된다면, 이 지구상에선 인류만이 남게 될 것이다.

@ 2011.03.08. 제주 강정 해군기지 건설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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