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수단체의 집회
북한인권의 정치적 이용, 더 이상은 안된다
최근 몇 년 사이 정부정책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커질대로 커졌습니다. 새해 들어서면서는 정부의 약발(?)이 아예 안먹히는 지경입니다. 그런데 정부정책을 강하게 비판할라 치면 친정부 세력, 특히 이 나라 교회들은 북한인권을 빌미로 비판세력들을 무력화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입니다. 북한인권을 주장하는 목소리를 가장 강하게 내고 이런저런 탈북자 지원 사업을 해나가는 집단 가운데 하나가 바로 교회입니다.
사실 북한인권을 빌미로 정부의 실책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는 생뚱맞기까지 합니다. 정부가 잘못을 했으면 이에 대해 시정을 요구하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시민이 응당 행사해야 할 기본권입니다. 민주사회의 시민이 기본권을 행사하는 데 북한인권에 대해서는 왜 비판하지 않느냐고 하는 것은 바다를 지켜야 할 해군에게 휴전선은 왜 감시하지 않느냐고 따지는 행위나 다름 없습니다.
이런 탓에 '북한인권' 문제는 참 민감한 사안이 돼 버렸습니다. 인권은 인류가 마땅히 지키고 존중해야 할 근본적인 가치입니다. 그럼에도 이 정권 하에서 이 문제는 반정부 세력들을 억누르기 위한 방편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 결과 마땅히 공론화가 이뤄져야 하고, 온갖 인권유린을 자행하는 북한에 인권상황 개선 압력을 행사해야 함에도 오히려 진정성마저 의심 받는 지경입니다. 이런 실상을 눈치 챘는지, 북한은 남쪽이 인권문제를 제기하면 번번히 신경질적으로 반응해 공연한 긴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무엇보다 인권은 체제와 이념을 초월한 가치입니다. 어떤 정치체제와 이념을 막론해, 인권은 기본적으로 존중되고 보장되어야 합니다. 북한이든 남한이든 인권은 소중히 다뤄져야 합니다. 이 가운데 남한은 민주주의를 근간으로 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인간의 존엄을 보장하는 정치체제입니다. 그런데 남한은 민주주의를 표방하면서도 정부에 반대하거나 비난하는 이들을 잡아 들여 고문을 가했습니다. 지난 날 민주화 운동에 힘입어 가혹행위가 자취를 감춘 것 같아 보이지만, 정치적 반대자에 대한 탄압은 여전히 자행되고 있습니다. 북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북한의 경우는 보다 악랄합니다.
남한의 인권 VS 북한의 인권
남한의 인권문제는 보다 정교한 사고가 필요합니다. 인간의 존엄을 보장하는 민주주의 제도 하에서 고문이 자행됐다고 한다면, 남한은 북한에 비해 우월하다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를 잃어 버립니다. 북한의 인권유린을 정당화 하는 것이 아닙니다. 남한이 북한에 비해 우월하다고 자랑스럽게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고작 경제적으로 더 잘 산다는 것 뿐인가요?
남한은 인간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체제를 선택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남한 사회에서 고문이 버젓이 자행되고, 고문의 가해자들이 그간의 공로(?)에 대한 치하로 정부 요직에 기용됐습니다. 민주주의를 국가 정체성으로 내세웠으면서 이면에서는 민주주의의 가치를 부정하는 행태가 벌어지는 남한이 북한 보다 우월하다고 감히 주장할 수 있을까요?
한 가지 주목할만한 건 북한인권을 극렬하게 주장하는 쪽은 보수주의 색채가 강하다는 사실입니다. 정부와도 무척 친합니다.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대형교회 목사들도 상당수입니다. 이들의 통일관은 흡수통일입니다. 그런데 만약 이들의 바람대로 흡수통일이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북한 체제가 무너지고 남한 정부가 사실상 북한을 인수했을 때, 이에 대해 북한 주민의 반대는 없을까요? 그렇다면 통일정부가 남한 체제 중심의 통일에 반대하는 북한 주민들을 어떻게 다룰까요?
북한인권의 정치적 이용 금물
앞으로 벌어질 일을 속단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친정부 보수집단이 그간 보여준 행태에 근거볼 때, 통일정부가 흡수통일에 반대하는 북한 주민들을 탄압할 가능성은 아주 높아 보입니다. 그동안 반공을 주장해왔던 사람들은 정부와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을 무자비할이 만치 가혹하게 다뤘습니다. 정부 비판자들이 북한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음에도 마치 그런 것 처럼 조작해왔고, 그래서 이들에 대한 가혹행위를 정당화시켜 왔습니다. 교회는 반공의 복음을 설파하며 이런 일들에 면죄부를 줬습니다. 그런데 그 누구보다 북한체제를 소리 높여 비판했던 교회에 목사 우상화와 교회세습 관행이 만연돼 있는 건 참으로 역설적입니다.
남한의 민주화를 주장했던 이들이 북한의 인권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한 사례는 많이 찾아볼 수는 없습니다. 이는 그들이 북한인권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 아니라, 임무가 다른데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남북이 통일정부를 구성했을 경우 여기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북한주민들을 그렇게 가혹하게 다루지는 않으리라 봅니다. 그들은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했기에 인권의 가치를 누구보다도 더 소중히 여길 줄 알기 때문입니다.
북한의 인권은 분명 중요한 과제입니다. 국제사회 역시 북한의 인권상황을 늘 주시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안됩니다. 특히 북한인권을 내세워 정부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잠재우려는 시도는 더더욱 용납되어서는 안됩니다. 무엇보다 목청 높여 반공을 외치고, 열악한 북한인권 상황을 목소리 높여 비판하면서 현재 한국교회가 안고 있는 갖가지 문제점을 덮으려는 대형교회 목사들의 작태는 안될 말입니다.
이 나라 교회엔 이른바 '수꼴' 정서가 강합니다. 대형교회뿐만 아닙니다. 시골의 조그만 마을에서 목회하는 목사님 조차 수꼴정서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반공은 그들의 믿음이요, 북한체제는 이 땅에 임재한 사탄의 모습입니다. 그들에게 북한인권은 십계명과 같은 교의입니다. 그렇지만 분명히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더 이상 북한인권 문제가 교회의 타락상을 감추는 가림막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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