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출처 - "칸과 칸 사이"
최근 이근안의 목사 안수 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게 일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근안 목사안수 철회를 반대하는 쪽의 주된 근거는 "용서는 하나님의 주권"이라는 것입니다. 이근안에게 목사안수를 허락했던 대한예수교 예장합동개혁 교단의 입장 역시 이런 논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예장합동개혁의 정서영 총회장은 "이(근안) 목사는 정당한 절차를 통해 목사 안수를 받았다"면서 "목사직은 하나님께서 주시는 것이므로 사람이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다"고 했습니다.
인간은 원죄를 짊어진 존재입니다. 그래서 약하고 부족할 수 밖엔 없습니다. 죄인들끼리 서로의 부족함을 들추어내며 정죄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이 일어날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이런 인간 존재의 속성 탓에 우리의 주인되신 예수 그리스도는 비판하고 정죄하지 마라고 권면하셨습니다. 그래서 인간은 이 세상의 주권이 하나님께 있음을 인정하고 하나님께 모든 것을 맡겨 놓아야 합니다.
그러나, 한 가지 의문을 던져봅니다. 인간이 하나님께 모든 주권을 양도했다면, 인간이 이 세상에서 짊어져야 할 책임은 하나도 없는 것일까요?
전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사도행전 1장은 예수 그리스도가 이 땅에서의 생을 마치고 하늘나라로 올라가는 장면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예수께서 승천하실 때 제자들은 하늘만 우두커니 쳐다봅니다. 이때 갑자기 흰 옷입은 사람이 나타나 제자들을 향해 외칩니다.
갈릴리 사람들아, 어찌하여 하늘을 쳐다보면서 서 있느냐?
- 사도행전 1:11
전 이 말씀에 이 땅을 살아가는 인간이 감당해야 할 책임이 담겨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앙생활을 하는 가운데 난관이 닥쳐오면 기도가 우선입니다. 그렇지만 기도만 한다고해서 난관이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온 몸에 암세포가 퍼져오면 기도도 기도지만 우선 항암제를 투여해야 합니다. 기도만 열심히 한다고 암세포의 전이가 중단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로지 간절한 기도만으로 암세포의 전이가 중단된다고 믿는다면 이건 주술신앙에 다름 아닙니다.
교회 안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졌을 경우도 마찬가지 입니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고 하셨지만 목회자와 성도들은 진리로 인해 자유케 될까봐 진실을 회피하는 모습을 자주 봅니다. 목회자가 추문에 휘말렸을 때, 혹은 교회의 비리가 불거졌을 때 이에 대한 공론화와 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불경스러운 것으로 간주됩니다. 신도들의 반응은 "판단하고 싶지 않다", "하나님이 하실꺼다", "우리가 해야할 일은 오직 기도뿐이다"는 식입니다. 정말 진지하게 묻고 싶습니다. 오로지 하늘만 바라보며 기도하면 모든 일이 다 해결될까요? 하나님의 주권을 간구하며 그저 간절히 기도만 하고 있으면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역사가 일어나 모든 근심, 걱정이 다 사라질까요?
세상을 주관하시는 분은 분명 하나님이십니다. 그렇지만 이 땅에서 인간이 감당해야 할 책임도 분명 있습니다. 하나님의 주권과 인간의 책임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지금 쟁점이 되고 있는 이근안의 목사안수 문제를 따져 봅시다. 이근안이 과연 하나님 앞에 자신의 죄를 자복하고 회개를 했는지의 여부는 오로지 이근안과 하나님의 관계에서 풀어야 하는 문제입니다. 그렇지만 그에 대한 목사안수는 다른 문제입니다.
그에 대한 목사 안수가 정당한 절차가 이뤄졌는지, 그리고 목사안수 후 그가 보인 행적이 과연 하나님의 말씀을 대언하는 목회자로서 적절했는지는 굳이 하나님의 이름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따져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기독교인들이 응당 고민해야 할 문제이기도 합니다. 하나님의 주권이 한 시대를 살아가는 기독교인이 응당 짊어져야 할 책임을 회피하게 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오히려 하나님께서는 이 땅에 살아가는 당신의 제자들에게 책임을 물으십니다. 하나님께서는 주여 주여 하는 자마다 천국에 다 들어가지는 못하리라고 하지 않으셨나요?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는 것은 신앙의 출발점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주권을 핑계로 하나님께서 이 땅에 사는 동안 짊어질 것을 명령한 자신의 십자가를 회피하고 있지는 않은지, 진지하게 고민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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