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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Diary

램브란트의 자화상 앞에서


자화상 하면 얼른 빈센트 반 고흐를 떠올리겠지만, 렘브란트의 자화상은 진한 감동을 준다. 램브란트는 화가로 남다른 성공을 거머쥐었지만, 인간으로선 쉽게 감내하기 힘든 고통을 겪었다. 


네덜란드 출신의 영성가 헨리 나우엔은 자신의 책 <탕자의 귀향>에서 램브란트의 생을 이렇게 적는다. 


“램브란트가 평생 겪은 불행을 간추려보면 누구라도 입이 딱 벌어지고 말 겁니다. 탕자에 견주어도 결코 밀리지 않을 고난의 연속이었습니다. 1635년 아들 룸바르투스가 숨졌고 3년 뒤에는 장녀 코르넬리아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1640년, 다시 둘째 딸 코르넬리아를 잃었으며 1642년에는 진심으로 사랑하고 사모했던 사스키아까지 앞세웠습니다…그러는 동안 화가로서의 평판은 수직으로 추락했습니다. 몇몇 수집가와 비평가들은 여전히 그를 당대 최고의 작가로 꼽았지만 그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습니다. 재정 문제는 날로 심각해져서 1656년에는 급기야 지불불능 선고를 받기에 이르렀습니다.”


파블로 피카소는 ‘예술은 슬픔과 고통의 산물’이라고 했다. 어두운 인생의 터널을 지나왔던 때문일까? 램브란트의 자화상엔 그가 겪은 순탄지 않았던 인생역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듯 하다. 


헨리 나우엔은 램브란트의 그림 ‘탕자의 귀향’을 보기 위해 진본이 있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에르미타주 박물관을 찾아 오래도록 그 그림을 응시했다. 헨리 나우엔 처럼 나도 뉴욕 메트로폴리탄에 전시된 램브란트의 자화상 앞에 오래도록 앉아 그림만 봤다. 


그때 감동은 내 생에 다시 느끼지 못할 것 같다.


[2017.03.27. 뉴욕 메트로폴리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