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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Diary

성고난 주간 단상

3월20일은 교회력으로 성지(聖枝)주일이다. 일반 개신교회에서는 종려주일이라고 한다. 


예수께서 예루살렘으로 오시고, 그러자 예루살렘 시민들이 종려나무 가지를 들고 '호산나 찬미 받으소서'를 외치며 환영한 일을 기억하기 위한 주일이다. 


그러나 예수의 예루살렘 입성은 세상 권력을 접수(?)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었다. 예수를 기다리는 건 십자가 고난이었다. 그럼에도 예수는 그 고난을 피하지 않았다. 물론 그 죽음 앞에 고통스러워 했지만 말이다. 


당대의 종교권력과 세속권력 모두는 예수를 싫어했다. 말하자면 예수의 죽음은 타락한 종교권력과 사악한 세속권력이 합작한 작품이었던 셈이다. 따라서 성지주일은 환영이자 고난주간의 시작을 예고하는 이중적인 의미로 이해되어야 한다.  


자, 이 지점에서 묻는다. 우리는 얼마나 예수의 죽음을 기억하고 있는가? 오늘날 교회는 세월호 리본을 불편해 한다. 그런 교회가 성지-종려주일을 기억할 자격이나 있을까? 


p.s. 고난주간 동안 제대의 십자가는 자색으로 가린다.    


[2016.03.20. 대한성공회 서울 주교좌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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