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귀염 받다가 버려진 개와 고양이들, 우리는 이들을 '유기동물'이라고 부른다. 사람과 같이 있을 땐 반려동물이었다가 버려지면 유기동물로 지위(?)가 바뀌는 셈이다. 사실 유기동물의 사연은 TV나 블로그, 카페를 통해 많이 접했다. 언젠가는 한 번 가서 정말 보고 싶었는데, 드디어 그 염원이 이뤄졌다.
사진이나 영상으로 보면, 참 애처로울 수가 없고 혹시 조작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었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동물보호소 문을 열자 먼저 버려진 개들이 뛰쳐나와 맞이했다. 여기엔 큰 녀석들만 있는 게 아니었다. 딱 보기에도 어린 믹스견도 있었는데 풀죽은 모습이 자기가 버려졌다는 걸 아는 모양이다. 다른 녀석들도 '제발 날 좀 데려가줘요'라고 애원하는 것 같았다. 아예 마음의 문을 닫은 녀석도 있었다. 자신이 버려지자 사람을 등져 버린 것이다.
키우던 동물들을 버리는 건 분명 안될 말이지만, 백보양보해서 늙고 병들어 싫증나 버리는 건 조금이나마 이해의 여지는 있다. 그러나 버려지기 직전까지만 해도 품에 안고 귀여워했을 녀석들을 버린다는 건 도무지 이해불가다.
어제 버려져서 보호소에 왔다는 고양이는 계속 울음소리를 내며 사람 손을 기다렸다. 생각 같아서는 당장 데려다 키우고 싶지만 절대 안될 말이다. 잠깐의 연민에 시혜 베풀 듯 데려갔다가 그 뒷감당을 할 수 없어서다.
늘 느끼지만, 키우다 버릴꺼면 아예 안키우느니만 못하다.
* 천안유기동물보호소는 안락사를 안시키고 데려다 키운다. 여기 소장이 고수하는 원칙이다. 그런데 지금 돈을 노린 악덕 수의사 때문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동물을 돈벌이 정도로 여기는 인간이 과연 인간이라 할 수 있을까?
[2016.03.15. 천안유기동물보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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