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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섣부른 지상군 파병은 금물

기자수첩] 섣부른 지상군 파병은 금물 

미국, 결자해지 자세로 IS문제 풀어야 


미국이 이슬람국가(IS) 격퇴를 위한 구체적인 행동 계획을 마련했다. 미국은 이르면 4월 초 IS의 거점인 모술 탈환 작전을 벌일 예정이다. 미국의 구상은 2만에서 2만 5,000명의 이라크 정규군 및 쿠르드 민병대를 동원해 모술 탈환작전을 수행하게 하고, 미군은 이들에 대한 훈련 및 탈환작전 시 공중 폭격을 지원한다는 것이 그 뼈대다. 


당초 오바마 미 대통령은 “지상군 투입은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난민구호활동 중 IS에 억류됐던 미국인 인질 케일라 뮬러가 요르단의 보복공습으로 사망하면서 미 의회를 중심으로 지상군 파병 여론이 증폭되기 시작했다. 결국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도 한 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 같은 구상이 실효성이 있는지는 미지수다. 우선 이라크 정규군이 탈환작전을 감당할 만큼 충분한 작전능력을 갖췄는지 의문이다. 이라크 군이 미군의 통제에 순순히 응할지도 불투명하다. 또 IS가 모술을 끝까지 사수할 것인지, 아니면 최소한의 병력만 남겨두고 이라크 내 다른 거점을 찾아 이동할 것인지도 파악이 안 된 상태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미국의 역할이 군사고문단 및 공중 폭격지원에 그친다 하더라도 상황에 따라선 지상군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미군 수뇌부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합동최종공격통제관(JTAC : Joint terminal attack controller) 투입을 요청해왔다. JTAC는 미군의 공습을 지상에서 지원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미군의 공습이 효과적으로 이뤄지려면 JTAC의 투입은 필수다. 그런데 JTAC가 원활히 임무를 수행하려면 이들을 지켜줄 전투 병력이 있어야 한다. 또 만에 하나 적의 공격으로 위험에 처했을 때, 이들을 지원할 또 다른 전투부대도 끌어 들여야 한다. 오마바 대통령으로선 쉽지 않은 결정이다. 이와 관련, 미국의 유력 신문인 <뉴욕타임스>는 2월21일(토) “중동에서 테러 집단의 확산을 저지하려는 오마바 행정부의 전략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섣부른 지상군 투입은 금물이다. 특히 모술 작전 이후 구체적인 재건계획 마련 없는 지상군 투입은 또 하나의 IS 등장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정책 실패, IS 준동으로 이어져 

* IS 준동은 미국의 정책실패에 따른 결과다. [사진 출처 = NBC News]


IS가 생겨난 계기는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다. 당시 부시 행정부는 승리를 낙관했다. 이라크 침공 작전을 총괄 진두지휘했던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이라크군이 각종 첨단무기로 무장한 미군의 위세에 눌려 전의를 상실하고 대거 투항할 것으로 예상했다. 리처드 마이어스 합참의장도 “미군이 충격을 가할 경우 이라크 정권은 머지않아 무너지게 될 것”이라며 럼스펠드를 거들었다. 조지 테닛 미 중앙정보부(CIA) 부장은 이라크 전쟁계획을 농구에 빗대 “슬램덩크”라고까지 했다. 미국 국내 여론도 나쁘지 않았다.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자신의 회고록을 통해 “결정적인 힘이 뒷받침되고 있다는 확신이 없어도, 단지 필요하다는 이유만으로 의회와 대중의 지지를 받고 있는 정치적 목표를 위해 서슴없이 방아쇠를 당기려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고 당시 분위기를 기록했다. 


전쟁은 손쉽게 끝났다. 그럼에도 미국은 이라크에서 좀처럼 헤어 나오지 못했다. 전쟁승리를 확실하게 해두기 위해선 이라크 전체를 장악했어야 했다. 치안을 확립하고 국경 및 도로망 등을 안전하게 확보하는 한편, 이라크 내 각 정파끼리의 보복도 예방해야 했다는 말이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이 모든 일에 실패했다. 


무엇보다 이라크를 장악하려면 많은 병력이 필요했다. 전쟁 초기 이라크를 포함한 걸프 지역에 배치된 미군은 25만 명이었다. 이 가운데 지상군 병력은 4~5만 명 선에 불과했다. 부시 행정부의 생각과 달리 전쟁 초기 미군은 예기치 못한 이라크군의 저항에 부딪혔다. 이에 미국은 10만 명의 병력을 증원했다. 그러나 이는 50만이 동원됐던 1991년 걸프 전쟁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규모였다. 게다가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많은 수의 병력이 필요하다는 일선 지휘관의 건의를 묵살했다는 의혹까지 받았다. 


미국의 실책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미국이 이라크 침공 후폭풍을 최소화시키려 했다면 사담 후세인 축출 이후 이라크의 정치적 장래에 대한 구체적이고 분명한 청사진을 마련해 놓았어야 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아무런 청사진도 없었다. 처음엔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WMD)를 문제 삼더니 물증이 없자 ‘중동 민주화’로 슬그머니 말을 바꿔 전쟁을 강행했다. 이 결과 이라크는 아수라장이 됐고, 미국은 쉽사리 발을 빼지 못했다. IS는 이런 혼란을 틈타 야금야금 세를 확장해 나갔고, 급기야 모술을 축으로 이라크 북부 등지에서 사실상의 정부행세를 하고 있다. 따지고 보면 IS는 미국의 일방적 중동정책이 낳은 사생아인 셈이다. 


분명, IS는 겉으로는 이슬람을 내세우지만 실상은 범죄조직이다. 이들은 미국인, 일본인, 이집트인 등 대상을 안 가리고 잔혹한 살해를 일삼는가 하면 이미 한 달 전 요르단 조종사 알카사스베 중위를 살해해 놓고 요르단 정부와 인질 석방 협상을 벌일 정도로 선전에 능하다. 마땅히 미국을 위시한 국제사회는 군사력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들의 준동을 저지해야 한다. 


그러나 미국이 IS 격퇴 선봉에 서는 건 무척 위험해 보인다. 미국이 중동에서 계속해서 실패를 거듭해 오히려 이슬람권의 적대감만 고취시켰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이 그간 이스라엘 일변도의 중동정책을 고수해온 탓에 이슬람권의 반감은 위험수위를 넘긴 지 오래다. 더구나 미국은 IS가 준동할 환경을 만들어준 주범이기도 하다. 


같은 말을 두 번 되풀이하고 싶지 않다. 미국은 우선 그동안의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IS 궤멸 이후 정치적 청사진을 마련해야 한다. 이어 이를 이슬람권과 국제사회에 제시하고, 동의를 구하는데 적극 앞장서야 한다. 특히 모술을 포함한 이라크 북부지역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지역이기에 더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런 모든 과정을 거쳐 군사행동에 나선다면 국제사회는 미국을 적극 지지할 것이다. 미국이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접근해 주기 바란다. 


[2015.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