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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 Talk

21세기에 아른거리는 골룸의 그림자

21세기에 아른거리는 골룸의 그림자 


지난 두 주 사이 '반지의 제왕' 3부작을 확장판으로 다시 봤다. 극장판에서 삭제된 장면들을 복원한 버전이어서 J.R.R. 톨킨의 원작이 갖는 의미가 더욱 확실히 다가온 느낌이다. 


판타지 소설의 대작 '반지의 제왕'의 주인공은 과연 누구일까? 반지 운반자 프로도 베긴스? 백색 마법사 간달프? 아라손의 후예인 아라곤? 활쏘기의 명수 레골라스? 물론 이들은 주요 등장인물들이다. 하지만 반지의 제왕의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가장 중요한 캐릭터는 바로 골룸일 것이다. 


골룸은 원래 호빗 종족의 일원인 스미골이었다. 스미골은 친구인 디골과 낚시를 즐기다가 절대반지를 발견한다. 원래 반지를 먼저 발견한 이는 디골이었다. 스미골은 디골의 반지를 보고 이내 욕심이 생겨나 반지를 차지하려 든다. 이러다 디골과 다투게 되고 결국 그를 죽이고 만다. 



* 반지의 제왕 - 왕의 귀환(2003)


반지를 탐한 대가는 너무나 가혹했다. 스미골은 디골을 죽인 벌로 무리에서 쫓겨나 외톨이가 된다. 스미골은 원래의 모습을 잃고 흉측한 골룸의 모습으로 변해버린다.  


스미골의 타락은 무척 상징적이다. 절대반지는 절대권력의 상징이다. 이는 톨킨이 '절대반지'에 내린 정의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톨킨은 간달프의 입을 빌려 절대반지를 '모든 것을 지배할 하나의 반지(One Ring to rule them all)'라고 언명한다. 


인간은 누구나 권력에 대한 탐심을 안고 있다. 스미골이 디골과 다툰 이유도 바로 권력에 대한 탐심 때문이었다. 권력에 대한 탐심은 인간 존재를 타락시킨다. 스미골이 흉측한 골룸으로 변한 것도 권력에 대한 탐심으로 인해 본디 갖고 있던 선한 본성을 잃었기 때문이다. 어디 스미골뿐이랴? 절대반지를 탐한 자들은 예외 없이 추하게 타락했다가 끔찍한 최후를 맞이했다. 


골룸이 판타지 소설 속에만 존재하는 못생기고 미욱한 존재일까? 제국주의자들에게 빌붙어 힘과 부를 틀어쥔 이 나라 권력자들의 모습은 추하기 이를 데 없다. 


골룸은 추하게 타락했음에도, 그리고 모리아산의 용암에 빠져 목숨을 잃는 그 순간까지도 절대반지를 탐했다. 자신들이 움켜쥐고 있는 부와 권력을 놓치지 않으려 발버둥을 치는 자들게서 권력에 대한 탐심으로 추한 몰골로 변했다가 결국 허망하게 목숨을 잃은 골룸의 그림자가 아른거린다. 


절대권력은 절대 타락한다. 

Absolute Power corrupts absolutely.


- 로드 액튼 



반지의 제왕 : 왕의 귀환 (2003)

The Lord Of The Rings: The Return Of The King 
9.5
감독
피터 잭슨
출연
일라이저 우드, 이안 맥켈런, 비고 모르텐슨, 숀 애스틴, 리브 타일러
정보
액션, 어드벤처, 판타지 | 미국, 뉴질랜드, 독일 | 199 분 | 2003-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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