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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가고 싶다

아름다운 화이트 락에서 떠나온 고향을 추억하다

아름다운 화이트 락에서 떠나온 고향을 추억하다

미국-캐나다 국경 휴양지 화이트 락 



밴쿠버는 태평양 연안에 위치한 캐나다 제3의 도시다. 미국과도 가깝다. 고속도로를 타고 남쪽으로 내려가면 곧 미국 국경이 시야에 들어온다. 이 근처에 조그만 휴양도시가 하나 자리하고 있다. 이곳의 이름은 화이트 락(White Rock), 말 그대로 흰 빛깔의 돌이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화이트 락은 경관이 무척 아름다워 밴쿠버 시민들은 물론 세계 각국의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다. 인접국인 미국 사람들도 꽤 많다. 이곳의 유래엔 아메리카 원주민 부족인 코위찬 부족의 전설이 깃들어 있다. 추장의 딸은 바다 신의 아들과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추장을 비롯한 부족은 그들의 사랑에 반대한다. 그럼에도 추장 딸은 바다 신의 아들과 결혼 한 뒤 바다에 큰 돌을 던져 그 돌이 멈춘 곳에 보금자리를 정했다. 그리고 자신들의 결혼을 기념하기 위해 바다에 던진 돌을 흰 빛깔로 칠했다. 그래서 이곳의 이름이 화이트 락이 된 것이다. 


그런데 이곳의 이름을 있게 한 흰 바위를 자세히 보면 페인트칠을 했다는 걸 금방 알 수 있다. 그래서일까? 원래부터 흰 빛깔이었는지 아니면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일부러 전설을 날조하고 바위에 흰 페인트를 칠했는지, 갑자기 어리둥절한 느낌이 든다. 

 

제법 유명하다는 명승지를 직접 가보면 실망감이 들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화이트 락 역시 마찬가지다. 전설의 바위를 찾아 먼 길을 달려 왔지만 정작 흰 바위를 보자 쓴 웃음을 짓게 된다. 하지만 화이트 락의 풍경은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다. 흰 바위를 보면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 그러나 이곳의 아름다운 풍광은 이런 실망감을 상쇄시켜 주고도 남는다. 아니, 이곳의 풍광은 인공 빛깔로 칠해진 돌덩어리의 존재를 아예 잊게 해준다.



 

* 저녁 노을 내리는 화이트 락

 

탁 트인 바다 위로 운해가 아련히 펼쳐진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신선한 바람은 온 몸을 정화시켜주는 듯한 느낌이다. 저녁노을이 내린다. 붉은 저녁 햇살이 바다위에 내려앉는다.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절로 가슴이 벅차오른다. 

 

해변 휴양지답게 도로변에는 시푸드 레스토랑이 즐비하다. 그 중에서 모비딕이라는 레스토랑을 찾아보자. 화이트 락 주변에 즐비한 시푸드 레스토랑 가운데 유독 이 레스토랑만 사람들로 북적인다. 주변의 레스토랑은 그저 한산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여기서 식사를 하려면 순번 대기표를 받고 적어도 2~30분을 기다려야 한다.  


1975년에 문을 연 모비딕은 내부부터가 식객들을 유혹한다. 내부 인테리어는 마치 어디선가 뱃사람이 튀어 나올듯한 분위기로 가득하다. 이곳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보면 아예 레스토랑이 통째로 움직여 바다로 항해를 시작할 것만 같은 느낌마저 든다.




 

* 시푸드 레스토랑 모비딕

 

하지만 인테리어만으로 손님이 북적이는 이유를 설명하기에는 어딘가 부족하다. 내로라하는 음식점은 예외 없이 '맛'으로 손님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곳도 마찬가지다. 모비딕의 음식은 그야말로 일품이다. 주 메뉴는 감자튀김을 곁들인 생선 튀김 요리인데 담백한 소스를 찍어 먹는 튀김의 맛은 고소하기 그지없다. 맥주나 콜라 같은 시원한 음료가 추가되면 말 그대로 금상첨화다. 탁 트인 해변가에서 즐기는 고소한 생선요리는 가히 일품이다.



 * 빛 내림이 펼쳐지는 화이트 락

 

다시 바다바람을 쐴 차례다. 근사한 요리로 배를 채워서 그런지 화이트 락의 풍광은 더욱 푸근하게 다가온다. 마침 하늘에서는 빛 내림이 펼쳐진다. 저 멀리 보이는 수평선, 그리고 수평선을 가득 채운 빛 내림, 대자연이 연출하는 광경은 보는 이의 마음을 벅차오르게 한다.

 

문득 떠나온 우리나라가 머리에 떠오른다. 서울에서 북쪽으로 차를 몰아 갈수록 총을 든 군인이 점점 더 많이 눈에 띤다. 그리운 금강산이 바로 눈앞에 펼쳐지건만 무시무시한 철조망이 앞길을 가로막는다. 주말마다 아무렇지도 않게 국경을 넘나들며 대자연의 정취를 한껏 느끼고 삶의 터전으로 돌아가는 일이 먼 나라 이야기여야 하는 현실이 그저 안타깝기만 하다. 


@ 2010.2. 화이트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