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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소금이 되어

삼일교회 전 담임 전병욱, 마침내 교회 개척


* 홍대새교회 홈페이지 메인 화면 


삼일교회 전 담임 전병욱, 마침내 교회 개척

삼일교회 시즌2는 이미 예고된 수순  


삼일교회 전 담임목사이던 전병욱 씨가 새로이 교회를 개척했다. 사임 이후 1년 6개월 만이다. 그의 개척 소식이 전해지면서 인터넷 공간은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하지만 사실 놀랍지도 않다. 이미 예고된 수순이기 때문이다. 


전병욱 씨는 목회에 강한 자신감을 갖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가 부임하던 즈음 삼일교회는 신도수를 모두 합쳐봐야 100명, 아니 40~50명 수준도 안됐던 군소교회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던 삼일교회가 그의 부임 이후 신도 2만의 대형교회로 급성장하며 일약 한국 교회의 차세대 주자로 각광을 받았다. 그는 이후 저술활동과 부흥집회 참석으로 참으로 많은 젊은 영혼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쳐왔다. 그가 남다른 자신감을 가질 만도 한 정황이다. 


지나온 과정을 찬찬히 복기해보자. 그의 성범죄 사실이 불거진 건 2009년 9월 교계 언론매체인 뉴스앤조이에 의해서였다. 그는 이 보도에 앞서 8월 급작스럽게 안식년에 들어갔고, 보도 이후 약 2개월 가량 침묵하다가 11월 공식 사임의사를 표명했다. 


이 시점 이후 그의 복귀설은 끈질기게 고개를 들었다. 실제 사임을 밝히고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그의 복귀가 기정사실화 됐었다는 정황들이 도처에서 제기되기까지 했다. 그러던 차 12월 말 당회 장로들이 전병욱에게 성추행을 당한 피해성도를 만나 직접 진술을 들음으로써 그의 범죄사실이 확인됐고, 당회는 결국 그를 공식 사임시켰다. 이때 복귀설은 일단락되는 듯 했다. 


하지만 일단락 된 건 전병욱 씨와 삼일교회와의 관계였을 뿐이다. 그는 여전히 목회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그런데 의외의 변수가 불거졌다. 2011년 12월 기독교계 언론매체인 베리타스를 통해 보도된 13억 전별금 수수설이 바로 그것이었다. 사실 13억 수수설도 공식적으로 확인되지만 않았지 교계 안팎에서 이미 파다했다. 삼일교회 측이 공식적으로 인정을 하지 않았을 뿐이다. 


13억 전별금 수수설은 미묘한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이때까지만 해도 전병욱 씨는 깨끗한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는 실족했으나, 사과문을 발표하고 강단을 떠난 것으로 비쳐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전별금 수수 정황은 그의 회개의 진정성에 의문부호를 던졌다. 


공동요청문, 그리고 뒤이은 부교역자 사임


올해 2월 그의 범죄와 관련한 의혹은 재점화 됐다. 일군의 삼일교회 성도들이 교회 홈페이지 게시판에 공동요청문을 올려 그의 성범죄 사실과 13억 전별금 지급에 대한 근거제시를 요청했기 때문이었다. 이 시점은 무척 미묘했다. 그의 사임 이후 2년 간 담임목사 청빙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러자 그를 다시 불러들이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기 시작했다. 


교회는 단호하게 대응했다. 우선 부교역자인 황은우를 사임시켰다. 그는 전병욱 씨가 삼일교회에 부임하기 전 시무하던 교회에서부터 그를 보좌한 측근 중의 측근이었다. 삼일교회의 진(陣) 시스템을 구상한 장본인도 황은우라는 설이 유력하다. 그는 전병욱 씨 사임 이후 공백기간 동안 복귀론자들의 창구역할을 해왔고 실제 전병욱과 빈번히 접촉하다가 발각돼 당회로부터 경고를 받기까지 했다. 하지만 황은우는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고, 이에 당회는 그에 대해 극약처방을 내렸다. 


이후 교회측은 제직회를 통해 그의 범죄사실 및 전별금 지급 내역을 공개했다. 제직회 발표문은 전병욱의 성범죄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힌 한편, 그가 장기간에 걸쳐 다수의 여성도에게 피해를 입혔음을 명시했다. 또 13억 전별금에 대해 전임목사 상여처리 명목으로 지급했다는 점도 밝혔다. 그의 범죄 내용은 사뭇 충격적이었다. 게다가 상여 내역 가운데 1억 원이 성중독 치료비 명목으로 지급됐다는 대목은 충격을 넘어 허탈감마저 안겼다. 


문제는 회개의 진정성 


모든 흐름을 종합해볼 때 전병욱 씨의 교회 개척은 예측 가능한 수순을 밟아왔다. 문제는 그의 회개의 진정성 여부다. 그를 지지하는 전위그룹들은 그의 회개는 하나님과 그 사이에서 풀어야 할 문제라고 주장한다. 얼핏 타당한 주장으로 들린다. 하지만 회개의 진정성은 열매로 나타나기 마련이다. 


그가 진심으로 하느님 앞에 회개했다면, 그간 자신이 수치를 안긴 다수의 피해자에 대해 머리를 조아려야 하지 않을까? 또 변호사를 동원해 자신에게 제기된 성추행 의혹이 성폭행이니 강간미수니를 놓고 법리적으로 따지기에 앞서 자신의 실족에 대해 하느님과 사람 앞에 고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았던가? 


거액의 상여금은 또 하나의 논란거리다. 교회 쪽은 그에게 10억대의 상여금을 지급하면서 2년간 목회를 말아줄 것, 그리고 2년의 시간이 지난 뒤 수도권 외곽에서 목회활동을 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전해진다. 그는 이에 대해 합의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무엇보다 회개하고 강단을 떠난 목회자가 교회와 결별하면서 10억대에 이르는 거액의 상여금은 왜 요구했을까? 왜 명문화된 합의사항이 없다는 이유로 성중독을 치유하고 2년 동안은 목회를 중단해달라는 교회 쪽 요구사항은 일축했을까?


전병욱 씨는 목회에 남다른 자신감으로 충만해 있어 보인다. 일시적으로 옛 성도들을 빼내와 쏠쏠한 실적을 거둘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인간의 본색은 변하지 않는다. 그간 그가 보인 행태를 돌이켜 볼 때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이 점 한 가지만 분명히 짚고 넘어가려 한다. 어느 시점에 이르러 어느 여성도가 그에게 성범죄 피해를 당하더라도 아픔을 싸매줄 이들은 없다는 사실을. 그의 성범죄 사실은 지난 3년간 꾸준히 제기됐었고 최근 들어 삼일교회 쪽이 공식 인정을 했기에 그에게 당했다한들 알고서 당한 꼴밖엔 안 되기 때문이다. 


하느님께서 전병욱 씨 당신을 어떤 길로 인도하실지 많은 이들이 지켜보고 있다. 합당한 길로 나아가기를 진심으로 소원하는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