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가 한미FTA 논쟁으로 들썩거리고 있습니다. 교회도 드러내놓고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지만 한미FTA 이슈에 대해 어느 정도 정서적인 공감대가 형성돼 있습니다. 그런데 그 정서라는 것이 '불온한 사상을 가진 사람들이나 FTA를 반대하는 것이지 성경을 끌어들여 FTA를 반대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쪽으로 모아지는 것 같습니다. 특히 "FTA의 체결 상대국이 미국이니까 한국 사람들이 반대한다, 그러나 기독교인들은 FTA가 우려되는 부분이 있지만 반대해서는 안된다"는 정서가 엿보인다.
우선 하고 싶은 이야기는 FTA는 해서는 안되는 국제협약이고, FTA가 반드시 성경적 근거를 가지지는 않는다는 점, 오히려 성경의 가르침에 비추어 볼 때 반그리스도적인 성격이 오히려 강하다는 점입니다.
첫째, FTA는 정부의 주장처럼 장밋빛 미래를 약속하는 협약이 아닙니다. 오히려 국경을 넘나드는 국제투기 자본에 이 나라 시장을 무방비로 노출시킬 위험성이 큰 협약입니다. 지금 자유무역의 전도사로 자처하고 있는 미국이 자유무역으로 경제가 성장했는줄 아시나요? 천만의 말씀, 그들 역시 세계 제1의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하기 전에는 자국 산업을 철저하게 보호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경제발전 과정에서 유치산업, 이를테면 전자-자동차 등 한국의 주력 수출산업은 보호를 받았습니다. 케임브리지대 장하준 교수는 "예를 들어 우리나라가 1960~70년대 미국이나 일본 내지는 유럽하고 자유무역협정을 맺었으면 현대자동차나 삼성전자를 개발시킬 수 있겠느냐"고 일갈했습니다.
둘째, FTA는 철저하게 경제논리, 그것도 전세계의 부를 움켜쥐고 있는 1%가 추구하는 경제논리를 관철하는 도구입니다. 하느님 나라는 1% 보다는 99%를 위한 나라에 더 가깝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직접 "부자가 천국에 가기는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들어가기 보다 더 힘들다"고 하지 않았나요?
FTA가 불러올 경제적 파장에 대해서는 길게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새삼 말을 더해 언어공해를 일으키고 싶지는 않습니다.
진정 목소리를 높이고 싶은 부분은 교계의 한미FTA에 대한 정서입니다. 교계 전반엔 앞서 이야기했던 "FTA의 체결 상대국이 미국이니까 한국 사람들이 반대한다, 그러나 기독교인인 우리는 FTA가 우려되는 부분이 있지만 반대해서는 안된다"는 정서가 강하게 흐르고 있다고 진단해 봅니다.
미국이 곧 하느님 나라?
전통적으로 이 나라의 교계는 미국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의 입장을 지지하다 못해 추종하는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특히 교계는 미국을 지상에 이뤄진 하느님 나라의 표상을 보는 시각이 만연해 있습니다. 가장 극명한 사례가 지난 2003년 기독교 근본주의자인 조지 부시가 이라크를 침공하자 교계, 특히 이 나라 교계를 대표하는 대형교회의 목회자들이 일제히 환영의사를 표했던 일일 것입니다. 이번 한미FTA 논쟁을 바라보는 교계 시각 역시 협약 체결 상대국이 미국이니까 세상 사람들이 한미FTA에 반대한다는데 모아지고 있습니다.
미국이 곧 하느님 나라?
전통적으로 이 나라의 교계는 미국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의 입장을 지지하다 못해 추종하는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특히 교계는 미국을 지상에 이뤄진 하느님 나라의 표상을 보는 시각이 만연해 있습니다. 가장 극명한 사례가 지난 2003년 기독교 근본주의자인 조지 부시가 이라크를 침공하자 교계, 특히 이 나라 교계를 대표하는 대형교회의 목회자들이 일제히 환영의사를 표했던 일일 것입니다. 이번 한미FTA 논쟁을 바라보는 교계 시각 역시 협약 체결 상대국이 미국이니까 세상 사람들이 한미FTA에 반대한다는데 모아지고 있습니다.
가끔씩 생각해보면, 이 나라 교회들이 하느님을 섬기는 것인지, 미국을 섬기는 것인지 혼란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분명 지적할 수 있는 것은, FTA는 미국이 아니라 어느 누구와도 해서는 안될 협약입니다. 미국이니까 FTA를 반대한다는 이야기는 한미FTA 반대 목소리를 반미주의자의 준동 쯤으로 보는 대통령이나 정부 여당의 시각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한EU FTA와 한미FTA는 성격이 다릅니다. 한국은 미국-일본 시장 의존도가 높습니다. 한EU FTA의 경제효과에 비해 한미FTA가 몰고 올 파장이 훨씬 더 근본적이고 심각합니다. 그래서 한미 FTA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높은 것입니다.
그리고 이야기를 뒤집어서 협약 당사국이 미국이라면 더더욱 FTA를 체결해서는 안됩니다. 미국은 자국 시장을 지렛대 삼아 정치-안보 이해를 상대국에 관철시켜 왔습니다. 미국이 한국에 시장을 열어준 것도 한국이 북한에 비해 경제력이 약하면 자칫 북한의 수중에 떨어질 위험성이 있다는 전략적 판단에 근거한 것이지, 한국이 좋아서 무조건적으로 시혜를 베풀어 준 것이 아닙니다.
그렇지만 지금 미국의 자본주의는 종말을 고하고 있습니다. 2008년 미국의 경제위기는 투기적 자본주의가 내지르는 단말마의 비명에 다름 아닙니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FTA로 투기적 자본주의에 새로운 피를 공급해 주고야 말았습니다.
미국이 하는 일이면 다 정당하고 합당한 일인가요? 문제는 교계에 미국이 절대선이라는 관념이 너무나 팽배해 있다는 점입니다. 미국은 자국의 이익을 전략적으로 추구해 온 세속의 국가일 뿐입니다. 한 예로, 지난 냉전 시절 미국은 중남미 마약 조직을 소탕하는데 어마어마한 자금과 인력을 투입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중남미 마약 카르텔의 마약 수출을 눈감아 줬습니다. 중남미의 가난한 농부들이 공산주의자의 선동에 넘어가느니 보다 많은 보수를 받고 마약농장에서 일하는 것이 공산주의 확산을 막는데 더 유효하다는 전략적 판단에서였습니다. 그 결과 미국은 중남미 마약의 최대시장이 되고야 말았습니다. 미국 정부가 마약의 심각성 보다 공산주의의 심각성을 더 위험하게 봤기에 이런 일이 가능했습니다.
미국의 대외정책의 부도덕성을 보여주는 사례는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자국 이익을 위해 어떤 부도덕이든 서슴 없이 자행하는 미국이라는 나라가 진정한 기독교 국가인가요?
교계가 하루빨리 미국을 하느님 나라와 동일시하는 관념에서 벗어났으면 합니다. 그럴 때야 비로소 한미FTA의 본질도 바로 보일 것이고, 또 미국이 한국전쟁 때 왜 군대를 보내 이 땅에 피를 흘렸는지, 그리고 왜 미국이 군대를 이 땅에 주둔시키고 있는지, 그 본질이 명확하게 눈에 들어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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