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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Diary

낙타에 얽힌 안 좋은 기억

한국에서 살면서 낙타를 가까이 볼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될까? 내 경우는 이렇다. 내가 낙타를 가까이서 처음 본 건 2009년 이집트 카이로,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피라미드에서였다. 여담이지만 이곳에선 낙타를 이용해 관광객을 등치려는 날강도들이 수두룩하다. 처음엔 사진 찍어주겠다고 접근하다가 반강제로 낙타에 태우고 지갑을 탈탈 털어가는 식이다. 만약 피라미드 여행 계획이 있다면 낙타 상인들은 요주의 대상 1호다. 

이런 탓에 낙타에 얽힌 기억은 좋지 않다. 6년이 지난 지금 난데없이 낙타가 뉴스 메이커로 떠올랐다. 중동호흡기증후군, 즉 메르스 때문이다. 사실 동물을 다루다보면 바이러스는 어쩔 수 없다. 문제는 이 바이러스를 얼마만큼 효과적으로 다루느냐다. 메르스 감염자가 가장 많은 나라는 사우디아라비아다. 그런데 사우디에서 메르스가 퍼진 건 허술한 의료체계와 정부의 폐쇄성 때문이지 낙타가 원인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 정권은 낙타와 접촉하지 말란다. 살아가면서 낙타를 가까이할 기회가 거의 없는 한국에서 이런 소리를 듣자니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하긴, 이 정권은 늘 그랬다. 세월호가 가라앉으니 해경을 해체한다고 발표하고, 수학여행이 문제가 되니 수학여행을 금지시키고, 국정원 댓글이 문제가 되니 개인적 일탈이라 하고, 메르스가 퍼지니 애꿎은 낙타를 걸고 넘어가고....

말 못하는 낙타도 이 나라엔 넌더리를 낼꺼다. 

[2009.10. 이집트 카이로 피라미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