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연휴의 시작을 알리는 주말, 시청 광장에 마련된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위한 분향소를 찾았다. 헌화를 마치고 발걸음을 옮기면서 참담한 생각이 든다.
이명박 집권 이후 몇 번째 차려지는 대규모 분향소인가?
그의 집권 이후 우리는 너무 많은, 억울한 죽음을 보았다. 용산에서 사람이 죽어 나갔고, 전직 대통령이 정치보복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뒤이어 한국 민주주의의 큰 별이었던 또 다른 전직 대통령과 추기경이 세상을 떠났다. 또 청빈한 삶으로 사회의 귀감이 됐던 스님도 세상과 이별을 고했다.
한편 쌍용에서는 대규모 구조조정과 공권력 투입 이후 죽음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지금까지 모두 25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지난 해 12월 새 대통령이 국정원에 의해 확정된 이후 일주일 사이에 다섯 명의 노동자가 절망감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올해 3월엔 생활고를 이기지 못한 세 모녀가 역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죽음의 행진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 해 고교생이 파도에 휩쓸려 목숨을 잃었고 올 겨울 끝무렵엔 예비 대학생들이 목숨을 잃었다. 두 사고 모두 모두 안전 불감증에서 비롯된 인재였다. 그런데 그 눈물이 채 마르기도 전에 대규모 참사가 벌어졌다.
너무도 많은 죽음 앞에 할 말을 잃는다. 사람이 나고 죽는 건 지극히 당연한 자연현상이다. 그러나 최근 6년간 이어진 죽음은 절대 있어서는 안될 죽음의 연속이었다.
우리는 언제까지 죽음의 행렬을 목격해야 하는가? 왜 우리는 죽음의 그림자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는단 말인가?
이제 더 이상 죽음의 행렬 앞에 고개를 떨구고 슬퍼할 수 없다. 다시는 이런 어처구니 없는 죽음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너나할 것 없이 일어나야 한다. 지금 일어나지 않으면 머지않아 우리는 이 죽음의 행렬에 초대받게 될 것이다.
[2014.05.03. 시청앞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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