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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소금이 되어

기자수첩] 어디에도 숨을 곳은 없다

기자수첩] 어디에도 숨을 곳은 없다

- 전 목사 고소고발 무혐의 처분에 붙여 


숨바꼭질 놀이의 가장 큰 재미는 꼭꼭 숨는데 있다. 아이들은 술래의 눈을 피하기 위해 온갖 기상천외한 방법을 고안해 자신을 숨긴다.

* 삼일교회 시무 당시 특새 인도하던 전병욱 목사 [2010.05.31.]


전병욱 전 삼일교회 담임목사는 줄곧 숨바꼭질을 벌여왔다. 그러나 전 목사는 아이들만큼 창의적이지는 못했다. 늘 눈에 잘 띠는 기물 뒤에 몸을 숨겨왔고, 그래서 누구나 그가 숨어 있다는 걸 눈치 챘다. 5년 전, 그의 성추행 행각이 처음 불거졌을 때 그는 그가 시무하던 교회의 권위 뒤로 숨었다. 이어 홍대새교회 개척에 나선 뒤로 추종자 뒤로 몸을 숨겼다. 자신의 명예가 훼손당했다며 벌인 무더기 고소고발에서도 결국 그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숨바꼭질 행각은 성공하지 못했다. 검찰은 『숨바꼭질』 공동편집자인 더함공동체 이진오 목사, 삼일교회 권대원 집사 등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또한 “‘2년간 목회 금지, 2년 후 수도권 목회 금지’를 약속한 적이 없다”, “‘구강성교’와 성중독 치료비 1억 원 수령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다”며 고소한 삼일교회 이광영 은퇴장로에 대해서도 똑같은 조치를 취했다. 


그는 고소·고발 과정에서 너무 뻔히 보이는 꼼수를 썼다. 먼저 삼일교회 부임 이전, 신반포 교회 시절부터 그를 보좌해왔던 부교역자와 몇몇 성도를 내세워 고소고발을 감행했다. 기자는 지난 3월 고소인 가운데 한 명인 홍대새교회 이 모 집사와 전화통화를 한 적이 있었다. 이 집사는 “교회 이미지 내지 홍대새교회 성도들의 자존심 문제가 걸려 있는 문제이기에 자청해서 고소인으로 나섰다”고 했다. 이 집사는 그러면서 “전 목사의 동의서를 받았다. 전 목사도 고소내용을 잘 알고 있다. 만류하지는 않았다”다며 이번 고소건이 전 목사의 재가에 따른 것임을 애써 숨기지 않았다. 


더욱 심각한 건 그의 무죄주장이다. 그는 『숨바꼭질』이 폭로한 성추행 행각에 대해 도무지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고소장에 적힌 주장에 따르자면, 그는 ‘주례를 부탁하러 간 성도를 추행했다’는 증언에 대해 ‘경험칙’을 내세우며 부인했다. 또 다른 성추행 사례에 대해선 부재증명(알리바이)을 들며 피해자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어 목회금지 약속도 한 사실이 없고, 성중독 치료비를 받아간 사실도 없다고 강변했다. 


잘못 없는 전 목사, 삼일교회 왜 떠났나? 


그는 한 걸음 더 나가 오로지 ‘남탓’으로만 일관했다. 그는 대담하게도 고소장에서 “삼일교회가 새 담임목사 부임 이후 성도가 25,000명에서 11,000명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등 교세가 날로 악화되는 와중에 전 목사가 홍대새교회를 개척하자 교인 수 감소로 인한 위기를 전병욱을 외부의 적으로 상정함으로써 극복하려는데 있다”고까지 주장했다. 이 대목에서 의문이 든다. 논리상 그는 큰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는데, 왜 17년간 시무했던 삼일교회를 사임했을까? 


어차피 전 목사 측의 고소고발은 예상한 바였다. 그가 언제 어디서 싸움을 걸어오면 얼마든지 진실을 다툴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 검찰의 무혐의 처분은 오히려 맥이 빠진다. 그동안 숨기에 급급했던 전 목사를 법정에 세울 수 있는 기회였는데, 그 기회가 날아가 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당장 전별금 반환소송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또 그가 교단 차원의 징계를 받고, 강단에 서지 못하도록 하는 운동 역시 계속될 예정이다.


사실 전 목사는 위험한 상황이다. 그가 어느 순간 홍대새교회 여성도들을 향해 마각을 드러낼지 모르기 때문이다. 통계상으로 보아도 성범죄는 재발율이 높다. 그가 맹목적인 추종자들에 둘러싸여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른다. 하루라도 속히 격리돼 적절한 치유를 받아야 하지 강단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설파할 처지가 아니라는 말이다. 


전 목사에게 간곡히 부탁한다. 이제 숨바꼭질은 끝낼 때가 됐다. 그는 처음엔 자신의 목회성공에, 지금에 와서는 자신을 따르는 무리들에게 기대왔다. 사람 눈을 피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지 모른다. 또 교묘한 말장난으로 피해자를 욕보이고 혐의를 피해갈 수 있다고 여겼을지 모른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가 벌이는 숨바꼭질을 보면서 혀를 찼다. 사법당국 역시 그의 무죄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 목사로선 더 이상 숨을 곳이 없는 셈이다. 


전 목사가 하루라도 더 빨리 이 사실을 깨닫고 그 발걸음을 돌이키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2015.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