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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 Review

대중문화 리뷰] 재난에 대처하는 방법

리뷰] 재난에 대처하는 방법 

- 샌 안드레아스 지진 그린 <샌 안드레아스>

* <샌 안드레아스> 오리지널 포스터 [출처 = 다음 영화]


재난은 불가항력이다. 그러나 인간의 의식적인 노력에 따라선 재난피해를 일정 수준 줄일 수 있다. 재난 상황에선 강력한 리더십과 정확하고 빠른 정보, 이 두 가지가 시급하다. 지난 6월3일(수) 개봉한 재난 영화 <샌 안드레아스>는 이 같은 교훈을 일깨운다. 


‘샌 안드레아스’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1,000km를 가로지르는 단층대를 일컫는다. 영화는 샌 안드레아스 단층대에서 지진이 발생했을 경우 닥칠 피해, 그리고 재난에 맞서 가정을 지키려는 소방대원 레이 게인즈(드웨인 존슨)의 활약을 그린다. 스케일도 엄청나고 재난 묘사는 사실적이다. 그러나 전체적인 이야기 전개는 <트위스터>, <투모로우> 등 기존 헐리웃 재난 영화의 문법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펄럭이는 성조기는 관객들의 뇌리에 ‘미국은 강한 나라’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주입시키는 것 같아 불편하다. 


단, 영화가 던져주는 교훈은 그냥 흘려 보내기엔 아깝다.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칼텍)의 지진학자 로렌스 헤인즈(폴 지아메티) 박사는 네바다주의 후버댐에서 이상 징후를 감지한다. 후버댐의 미확인 단층에서 지진이 발생하고, 이 지진의 여파가 캘리포니아의 샌 안드레아스 단층에까지 미친 것이다. 헤인즈 박사는 샌 안드레아스 단층이 뒤흔들릴 경우 벌어질 최악의 시나리오를 대중에게 알린다. 헤인즈 박사의 예언은 빗나가지 않았다. LA는 그야말로 초토화되고, 샌프란시스코 역시 쓰나미로 인해 쑥대밭으로 변한다. 


한편 구조 헬기 조종사인 레이 게인즈는 재난으로 행방불명된 딸 블레이크(알렉산드라 다드다리오)를 찾기 위해 혈혈단신 재난의 한 복판에 뛰어든다. 그는 이 과정에서 자신의 전문지식을 십분 발휘해 사람들을 위험에서 구조해 낸다. 레이의 활약은 불가항력의 자연재해 와중에서도 강력한 리더십을 슬기롭게 발휘 한다면 인명피해는 얼마든지 줄일 수 있음을 드러낸다. 


이 영화는 6월29일(월) 현재 영화진흥위원회 집계 누적 관객 수 171만 여 명을 동원했다. 이전에 개봉된 재난영화가 한국 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 점을 감안해 본다면 주목할 가치가 있다. 


무엇보다 <샌 안드레아스>의 흥행엔 현 사회 분위기가 일정 수준 작용했다고 본다. 이 영화는 주인공의 영웅적 활약과 전문가의 정확한 상황예측, 그리고 빠른 정보전파 등이 어우러져 피해가 최소화되는 과정을 그린다. 우리 사회는 지난 해 4월 세월호 참사, 그리고 올해 5월 시작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이란 두 가지 재난을 겪고 있다. 세월호와 메르스는 서로 다르지만 전개과정은 판박이다. 기민하게 대처해야 할 정부는 오작동 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언론은 ‘전원구조’라는 오보를 냈고, 메르스 사태에 대해 정부는 비밀주의로 일관했다. 이 모든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세월호와 메르스는 재앙으로 커졌다. 이런 와중이다 보니 관객들이 위기에 슬기롭게 대응하고, 보다 중요하게 딸을 구해내는 영화 속 주인공의 활약상에 공감하는 것이다. 


조금은 답답하다. 언제까지 대리만족에 그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가지 재앙을 겪고도 정부 고위 공직자들은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한 것 같다. 또 다른, 세월호·메르스와 비교가 되지 않는 엄청난 재앙이 닥칠까 두렵다. 



샌 안드레아스 (2015)

San Andreas 
7.2
감독
브래드 페이튼
출연
드웨인 존슨, 알렉산드라 다다리오, 칼라 구기노, 콜튼 헤인즈, 아치 판자비
정보
액션, 스릴러 | 미국 | 114 분 | 2015-06-03
글쓴이 평점